내생일 2019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생일

 

점점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인지, 올해 특별히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일 날짜 임박한 장소 예약과 친구들 초대 때문에 올해 생일은 신나는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참 좋았으니 곱씹어 보기로 하자.

 

1. 요즘 이래저래 속이 좀 상하거나 우울한 상태였는데, 생일 전날 아침, 로가 지쥬와 꽃과 선물상자를 살금살금 다가와 전해주었다. 본인이 마음에 드는 다른 꽃이 있었다면 (아마도)고르지 않았을 폼폼 국화를 건네는데 그게 지수와 어울려서 귀엽기도했다. 몇년째 내 발 사이즈를 오해(?)하고 있었던 덕으로 올해 로의 선물도 며칠은 더 기다려야 제대로 받을수 있게 되었다.

 

2. 생일 전날 부모님의 서울 방문.

로의 생일 축하를 뒤로하고 아빠엄마와 약속 때문에 지고와 둘이서 서울로 향했다.

네츄럴본 멋쟁이인 아빠의 봄옷 쇼핑도 좋았고, 엄마의 안경을 고르는 천진한 표정도 좋았다. 아니 평생 안경을 쓰셨는데 무슨 안경이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며 자꾸 점원에게 그 기준(?)을 묻는 귀여운 엄마. 그러면서 평소에 내 안경이 괜찮아 보였다며써보신 동그란 테를 흡족해하셨다. (엄마는 몇 년 전, 내안경테를 맞춰주실 때, 이 안경은 수업 시간에만 끼라고, 밖에서는 뿔테 끼라고 하셨었음.) 아쉽게 로와 지쥬는 오지 못했지만, 아빠, 엄마, , 지고까지둘러앉아 먹는 점심식사도 편안하고 맛있었다. 내가 주문한 커피를 마음에 들어하시며 이름이 뭐냐고 물으신 아빠의 모습도 좋았고 비싸다 비싸다 하시지만 막무가내인 둘째딸 비위를 맞춰주시는 엄마도 고맙고 좋았다. 부모님이 건강히(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생일 선물을 가득 받은 것 같았다. 물론 엄마는 생일 용돈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쏘아주셨지만!!

 

3. 아빠엄마를 터미널에 내려드리고 지고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국거리 소고기가 많은 관계로, 그리고 주중에 아이들하고 데굴데굴하는사이에 국 걱정 하지 않도록, 그리고 내일 생일에 음식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지 않은 이유로, 미역국과 어린 얼갈이 된장국 두 종류로 한 솥씩 끓여두었다. 아쉽게도 지쥬는 나에게 혼이나 기분이 상하여 혼자 있다가 잠들어버렸지만, 지고가 같이 앉아서 저녁을 미역국으로맛있게 먹어주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해주었지만 지고는 내가 이미역국은 왜 먹는 거지?”라고 물어보면 맛있으니까!”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다시 힌트로 미역국은 생일에 먹는 건데누구 생일일까? 그러면 친구?”라고 대답했다. 그순진한 동그란 눈이, 아기의 목소리가 너무나 귀여웠다.

 

4. 생일 아침에는 지쥬가 새벽부터 일어나 사랑스럽게 굴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미역국을 한그릇 뚝딱 먹은 후에 엄마 생일이라고 했더니 케이크를 먹자고 했다. 케이크가 없으니 저녁에 먹자고 해두고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집에 들어와보니 집이 그야말로 난장판 이었다. 점심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만 같아 스트레스를 받다가, 생일모드로 좋아하는 음악 틀어두고 살살 하라는 친구의 말마따나 그냥 그렇게 샤워도 하고 집도 대충이지만 치우고 그리고 운전대를 잡았다.

 

5. 친구들과 만난 점심.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은 내 생일을 축하해주러 다들 모여주었다. 모두 공사가 다망한 가운데 무려 연차까지 쓰고 만나러 와주는 그런 사람들. 작년과 같은 장소 같은 테이블에서 다시 맞이하는 나의 생일은 차분했지만 즐거웠고 고마웠다. 식사를 마치고 먹는 내 생일 케이크도 최고로 맛있었다. 오래오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웠지만 생일케이크, 꽃 그리고 생일카드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6. 저녁에 다시 미역국을 맛있게 먹고 나서, 아이들을 나눠주려 먹고 남은, 너덜너덜해진 케이크를 다시 꺼냈다. 그 위에 다시 초를 올리니 뭔가 좀 서글펐는데, 그때, 불을 붙이고는 나를 위해 작은 아기 새처럼 신나게 노래를 해주는 두 녀석을 보았다. 축하와 행복의 순수한 결정체 같은 그런 표정을 짓고, 박수를 신나게 치는 그런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기분이 신기하게도, 갑자기, 하얗고 동그란 조약돌이 있는 내 마음속 어딘가의 깊은 샘에서 퐁퐁 솟아났다.

 

7. 생일 저녁에는 쭹이 보낸 선물을 뜯으며 신나했고, 친구에게 받은 귀걸이를 로에게 보여주며 즐거웠다. 그리고 앞으로 도착할(?) 몇몇 선물들을 기다리며 나의 생일 이야기를 접는다. 올해는 기념일마다 로가 바빠서 같이 한 적이 없다. 내내 벼르고 있다가 한가해지면 로랑 데이트 가는 걸 마지막으로 받을 선물로 남겨 두고 있어야겠다.








by veryjoo | 2019/04/16 15:18 | Around myself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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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oo at 2019/04/18 09:48
왜 우울했던 것이야~ 황금주머니로 기분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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