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Snowpiercer, 2013, 봉준호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봉준호

 


1. 음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설국열차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뭐... 그냥 그래, 나쁘지는 않아"라고 했던 몇몇 사람들이 이해가 되었다. '아, 이건 뭔가....?' 나 스스로 계속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영 개운치가 않아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물론 매우 개인적이면서 영화에 관한, 감독과 원작자에 관한 더불어 배우들에 관한 전문적 지식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분석이니 본인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이겠다.

2. 극장에 들어설 때의 나의 태도: 그러니까... 설국영화라는 영화에 기대하는 바는 간단하게 하나였다. ‘얼마나 지적으로 돈을 발랐을까!’ 이게 뭘 뜻하느냐면 나는 처음부터 약간은 꼬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오랜만에 혼자 찾은 평일 낮의 극장은 내가 기대하던 것과 매우 달랐다. 안 보면 못 배기도록 뉴스라는 탈을 쓰고 온갖 매체에 매일매일 등장하는 광고 효과가 톡톡했나 보다. 광고가 끝나고 극장 조명이 내려갈 때조차 일부 아저씨 아줌마들은 극장 나들이가 설레셨는지 대화의 끈을 놓지 못하셨고, 웃어대셨다. 주로 혼자 극장을 찾을 때는 (언제였더라... 가물가물 하지만;;;) 기분이 좋은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별로였다. 그리고 혼자 볼 것이라고 예상을 못 했던 영화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걸 종합해보면 나는 매우 섬세한(또는 날카로운) 상태에서 영화를 마주했다는 것이다.

3.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이게 영화의 주제인가): 설국열차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다면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을 논할 수 없다’ 와 ‘인간의 본성은 없다. 교육된 본성이라면 몰라도’라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을 성악과 성선 두 가지로 나누고 있는 것 자체가 왠지 이상했다. 착하고 나쁜 것의 기준 또한 매우 애매하다. 이 모두는 문화에 의해서 제단 되어 교육된 것이다. 더 집요하게 말해보자면, 이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흑백의 주장은 가부장적인 맥락의 이론이다. 물론 이러한 위대한 철학적 논의들이 감히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들도 존재하리라는 것과 다양한 가치(본성)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조상님(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공자님과 같은)들도 그들이 가진 종교적, 환경적 맥락에서 본성을 획득했을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주입된 것이고, 만약(그럴 수는 없겠지만) 외부 주입이 차단된 상태에 처하게 된다면 인간은 그냥 미쳐버릴 것이다.

4. 반전: 물론 마지막에 인간이 ‘악하거나 선하다’는 개념은 일대 반전을 맞이한다. 이는 윌포드 역을 맡은 에드 헤리스Ed Harris의 등장으로 최고조에 다다른다. 관객들은 지금까지 꼬리칸의 사람들의 시선으로 영화를 봤다면 맨 앞칸 윌포드의 시선으로도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거슬릴 만큼 교조적으로 굴었던 중간층의 사람들 또한 일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마지막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깨닫는 거다. 이건 예술영화야... 어려워.... 하지만 봉준호 감독을 두고 언론에서 천재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입증된다. 일대 혼란의 쓰나미를 맞은 관객들을 다시 희망적인 맥락에 되돌려 놓는 것. 유치할 만큼 오그라드는 북극곰의 출현은 바로 봉 감독이 천재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5. 또 반전: 개인적인 반전은 사실 에드 헤리스의 등장 그 자체였다. 이 배우에 대한 자세한 필모그라피는 잘 모르나(줄리아 로버츠, 수잔 서랜든과 함께 출연한 스탭맘만 제대로 봤다.) 이 배우가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않고 있었다. 뭐.. ‘설국열차’라고 네이놈에 한 번만 검색 해 봤어도 알았겠지만, 어쨌든 몰랐으니!!! 매우 침착하고 논리적인 윌포드의 변을 듣자니 스믈스믈 공감대가 밀려왔다. 물론 때는 이미 늦었다. 광분한 기차 안 탑승객들과 문을 열려는 냄궁민수, 그리고 애매하게 굴기 시작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서로 협의 되지 않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에 나섰고 마침내 기차라는 작은 세상은 천지개벽을 맞이한다.

6. 아쉬움: 확실히 커티스가 마지막에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무리 ‘대중적 취향을 고려했을 거야’라고 자위를 해봐도 북극곰은 너무한다. 냄궁민수가 눈이 녹고 있다고까지 힌트를 줬으면 그걸 살리던지... 이건 뭐... 갑자기 에너지 절약 캠페인 느낌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봉 감독님께서 이제는 이런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와 비쥬얼 말고 다른 부분에서 천재끼를 보여주면 어떠실지... 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높아지는 역치 때문에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상태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7. 끝: 봉감독에 관한 개인적인 호불호는 다음 영화를 보고 결정해야겠다. 차라리 좀 더 지적으로 돈을 처발랐다면 나는 침 흘리며 좋아했을 거다. 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각 칸마다 극적으로 변하는 풍경이 좋긴 했다. 등장인물들이 전부 퍼펫 같아서 그 느낌을 다 갉아먹었나? 아 그리고 틸다 스윈튼 기대하고 봤는데, 감독이 색을 너무 진하게 입혀서 꼭 그 여자가 아니라도 됐을 캐릭터가 되었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은 캐릭터에 잘 맞았는데, 틸다 스윈튼만 물 위에 기름처럼 느껴졌다. 기차의 전 칸을 오가는 그 역할로 교조적인 동시에 카리스마를 가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좀 과하게 희화화되지 않았나 싶다. 

by veryjoo | 2013/08/20 00:21 | On Everythin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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