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The Wilhelm Scream


1. 100년 전, 유럽인들은 '모던'이라던지 '아방가르드'라는 이름 아래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예술을 지향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전통은 곧 보이는 그대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변하였고 여기에서 프랑스인들은 물질의 표면, 빛 그리고 우리의 시각이 만나는 어떤 지점에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렇게 인상주의자들은 '고정된 형태'를 버리고 언제나 변할 수 있는 형태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와 반대로 독일 쪽에서는 보이는 것을 더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세계와 인간 육체의 파괴는 그들에게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허망하고 처참한 물질세계 안에서 우리는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가? 독일 표현주의자들은 그리하여 더는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을 그만두고 내면의 무엇인가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것은 물질세계 이전의 원시적인 에너지.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모두 형태의 파괴라는 형식적인 유사함이 있지만 사실은 정 반대의 지향점을 가진 것이다.

2. 서두가 길었던 이유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뮤직비디오 때문이다.
추상과 구상으로 미술이 양분되기 이전, 피카소가 파사쥬passage를 통해 형태를 열고 인상주의자들이나 표현주의자들이 형태를 유사과학적으로 또는 주관적으로 파괴할 때, 이를 보는 이들의 불안함은 아마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비슷하게나마 경험하게 하는 영상이 바로 제임스 블레이크의 뮤직비디오 <The Wilhelm Scream  > 100년 전 시각 미술 종사자들이 새로운 것을 부르짖을 때, 비 미술인들이 감내해야 했던 정서적, 감성적 상처가 문득 이 영상을 보면서 떠올랐다. 역시 서양 미술의 '모던'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기도 했다. 100년이 지나도 당시의 모던은 지금의 모던과 별반 다르지 않네.

3. 이 뮤직비디오는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이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른 가수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은 중첩되었거나 뿌옇다. 가끔 선명한 아티스트의 상반신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흐릿하게 변한다. 줌인zoom in되어 얼굴 쪽으로 확대되는 화면에서도 역시 안개에 싸인 듯한 이미지만이 존재한다. 
보는 이는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의할 수 없을 때 불안을 느낀다. 또한, 그것을 '이성적'으로 해석할 수 없을 때도 그러하다. "왜 여기 남자가 등장하며, 왜 그 모습이 자꾸 흐려지는가?" 아마도 완결되지 않은 문장이나, 프랑스 영화 식의 결말 같은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4. 흠, 그런데 이 가수는 영국 출신이라 인상주의도 표현주의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인물이 주로 등장하고 개인적인 서사(주로 충격적이거나 기괴한)를 표현해 냈던 영국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정도가 떠오른다. 물론, 이 음악가의 이름 덕분에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들도 오버랩 되면서...
확실히 작년 지산 락페스티벌에서 봤을때부터 흔들렸다. 신기하기만 한 음악가는 아닌가보다. 이 음악가의 뮤직 비디오는 전부 마음에 드네 :-)


by veryjoo | 2013/04/11 14:59 | On Everything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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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elbebe at 2013/04/12 04:40
나는 이 비디오가 이 곡의 시각적인 인터프리테이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개인 경험치에 치우친 감상이려나. 그나저나 잘생겼다. 생각보다. 아, 영국 은근히 골때리는 나라야.
Commented by veryjoo at 2013/04/13 00:12
응 가사랑도 잘 맞아 나도 그리 생각해. ;-) 단지 그 형식이 이제와서는 솔직히 뻔하면서도 아직도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한 것 뿐. 여자애들 꺄악 하던게 눈에 선하다 ㅎㅎ
Commented by veryjoo at 2013/04/13 00:12
잘생긴건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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